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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데이 2002년 8월29일 오전 11:38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4인조 혼성 펑키록 밴드 체리필터(Cherry filter)가 지난해 일본 도쿄 지하철역에서 승객을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수현씨와의 인연을 털어놓아 주목을 모으고 있다.
체리필터의 기타리스트 정우진(26·고려대 무역학과)은 "수현이형은 대학교 같은 과 동아리 선배예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제가 음악을 하게 된 것도 바로 수현이형 덕분이죠. 수현이형이 자신이 기타를 맡고 있는 록밴드 서클 "무단외박"에 들게 해줬고, 이후 함께 무대에 올라 멋진 공연들을 펼치기도 했죠." 그러니 지난해 이수현씨의 사망 소식을 전해듣고는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이상적으로 살아가던 멋진 사람이었죠. 언론에서 너무 이런저런 모습을 오버해서 조명하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소신대로 그렇게 떠나간 형이라고, 그리고 너무 보고 싶을 뿐이라고…." 이번에 발표된 2집에는 이런 생각에서 비롯돼 만들어진 곡 "갈매기 조나단"이 추모곡 형식으로 곱게 수록됐다.
"모두 그를 두고 영웅이라 해/메마른 세상의 신화처럼/하지만 나는 왜 화가 날까?/또 그냥 보고 싶을 뿐/…열망에 싸인 환한 웃음으로 넌 날았어…." ""갈매기 조나단"은 수현이형의 별명이었어요. 평소처럼 멋진 새가 돼서 날아간 거죠." 한편 2년 가까이 일본에서 활동을 펼치다 최근 돌아온 체리필터는 전보다 훨씬 두터워진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가요계 정상을 향해 성큼 다가서고 있다.
약 2주 동안 이미 1만장의 음반주문이 들어왔는가 하면, 홈페이지에도 마니아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의 글이 넘쳐난다.
지난 2000년 데뷔앨범 <헤드업>으로 국내 대중가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는 홀연히 일본으로 진출, 맹활약을 펼쳐왔던 사실이 큰 힘이 됐다.
일본에서 1년여 동안 라이브 공연 투어를 가졌는가 하면, 1장의 정규앨범과 4장의 싱글앨범을 출시해 일본 록마니아들의 뇌리에 자신들의 이름을 아로새겼고, 급기야 국내 팬들도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번 2집 앨범은 1집의 동화적인 상상은 그대로 유지한 채 보다 세련된 곡들을 수록하고 있다.
대중적인 멜로디에 홍일점이자 보컬인 조유진의 매력적인 음색이 돋보이는 "낭만고양이", 모든 록의 운치와 관조적인 가사가 어우러진 "yesterday", 몽환적인 분위기와 후반부에 비장미가 느껴지는 "blood of witch", 얼터너티브 사운드에 가슴 속 응어리를 분출시키는 "내안의 폐허에 닿아" 등이 주목받을 만하다.
특히 록밴드로는 드물게 공감각이 느껴질 정도의 풍부한 선진 사운드를 담고 있는 점에도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강수진 kanti@h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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