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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영화 영상미학에 빠져보세요"
실험영화제 준비요? 약간 미숙한 건 사실이죠. 행사 진행에는 아마추어지만 영화에 대해선 프로인 거, 이게 실험영화하는 사람들의 매력 아닐까요?"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사무국을 찾았다. 행사 집행위원장인 박동현 명지대 영화학과 교수(38ㆍ사진)는 행사가 코앞에 닥쳐 정신이 없다고 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은 국내 유일의 실험영화 축제로 24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막을 올린다. 30일까지 계속되는 행사는 감고당길 아트선재센터에서도 열리며 매일경제신문과 mbn 등이 후원하고 있다.
아무래도 일반 영화 관객들에게 생소한 축제이니만큼 올해 행사의 주안점이 궁금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까지 비경쟁 부문으로 칭했던 것을 올해는 `기획 부문`으로 바꿔 강화한 점을 꼽았다.
"기획 부문에서는 국내외 실험영화의 최신 흐름을 잘 담아낸 작품을 120편 정도 선보입니다. 비경쟁이란 이름 대신 기획이란 이름으로 그 중요성을 강화한 거죠."
이를테면 기획 부문에는 `내러티브 컨정션` `뮤직 플러스 비디오` 등 다양한 섹션으로 구성돼 있다. 영상 미학을 강조하는 기존 실험영화와 달리 내러티브를 강조하는 작품을 편성하는가 하면 사운드와 영상이 조화를 이룬 작품만 따로 선별해 상영하는 식이다.
그는 실험영화의 중요성을 문학에 비유했다.
"문학에도 시나 소설, 수필처럼 여러 장르가 있잖아요. 영화도 마찬가지예요. 상업적인 영화가 있는가 하면 영화 특유의 영상 미학을 잘 드러낸 실험영화도 있거든요. 상업영화를 비판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다만 그게 영화의 모든 것이라고 여기는 게 문제죠."
올해 페스티벌 슬로건이 `시점 확장`인 것도 그런 설명과 무관하지 않다. 박 교수는 "실험영화에서 확장이란 영화의 영역을 넓힌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 오래된 화두"며 "올해는 실험영화가 관객에게 더욱 친근히 다가갈 수 있도록 그 시점을 관객으로 확장시킨다는 의미에서 그런 슬로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영화에 빠져들었다는 박 교수는 영화를 학문으로 배워 보고픈 마음이 있었지만 일단 사회 시스템부터 알아야 했기에 대학은 사학과로 진학했다(고려대 88학번). 대학에서 영화 동아리 활동에 헌신적이었던 그는 제대 후 90년대 실험영화 부흥의 중추적 역할을 한 뉴이미지그룹에 들어가면서 실험영화에 눈을 떴고 미국 유학에서 학문으로 배웠다.
"어렸을 때 백남준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어요. 영화가 좋았지만 그것의 예술적 측면에 더욱 다가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물론 상업영화도 좋아했지만 사실 학창시절에 `스타워즈`보다는 데이비드 린 감독의 `인도로 가는 길`에 더 열광했어요."
실험영화는 주류로 올라서야 할까. 박 교수는 고개를 젓는다.
"물론 유혹은 있죠. 주류로 가면 후원도 받기 쉽고 지금보다 편하겠죠. 하지만 그건 역시 실험영화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양적 팽창보다는 실험영화의 질적 팽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
[서진우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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