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2005-03-12 02:24:36]

고려대 스마트카드 학생증 발급중단 가처분소송. 25일 첫 번째 재판 열려
“스마트카드 학생증에 대한 학생들의 첫 소송”

“이번 소송결과는 다른 대학에 커다란 영향 끼칠 것”

지난 2월 4일 ‘정보인권등대지기’와 개인정보 보호를 원하는 학우들은 학교재단과 하나은행을 상대로 하여 스마트카드 신청 과정에서 부당하게 모은 개인정보의 이용금지 및 스마트카드 발급 중단을 법원에 요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낸 바 있습니다.

그리고 25일 금요일 오후 3시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첫 번째 재판이 열릴 예정입니다.

지난 학기 모든 학생의 학생증을 스마트카드로 교체 발급하도록 하면서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많이 모으고, 정보활용동의서를 반드시 작성하게 하여 사생활 정보를 외부 상업 회사에 제공할 것을 강요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학생들의 문제제기는 학교 내에서도 꾸준히 이어졌으며 금융감독원에서 학교 측의 무리한 행위에 대해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자 학교는 스마트카드 신청서의 형식을 일부 수정하고 금융기능 선택권을 형식적으로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금융기능이 없는 학생증을 신청할 때에도 하나은행 통장의 사본과 계좌번호가 필요하므로 사실상 하나은행과의 거래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또한 따로 분리해서 관리해야할 학생들의 계좌번호와 학사정보를 학교와 은행이 서로 주고받아 정보인권 침해가 심각합니다.

학생들은 하나은행과 학교재단에 정보활용동의서를 완전히 폐기하고 개인정보를 삭제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이에 대해서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얼마 전 2월 18일에는 관련 법률에 따라 학교재단에 스마트카드에 관하여 정보공개청구를 하였지만 학교재단 측은 접수를 거부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의 흐름에서 이야기는 법정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소송결과에 따라 현재 학생들의 의견 수렴과 정보인권을 뒷전으로 미룬 채 스마트카드를 도입하였거나 도입하려 하는 전국의 수많은 대학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커다란 파급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재판안내

2005년 2월 25일 (금요일)　늦은 3시
서울지방법원 358호 법정
--> 누구라도 함께 방청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 2호선 교대역 11번출구)







▲ 가처분 신청의 취지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고, 활동하게 되었나요.

- 이번 가처분 신청은 제가 속해 있는 고려대학교가 해야 하는 학생증 발급 의무를 하나은행과 독점적 계약관계를 맺고 넘김으로써 하나은행에는 4만 여개 계좌의 확보를 통한 자금 유동성 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상업적 이익을 보장하는 등의 불법적 계약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을 접하고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내용을 더 검토하다 보니 위의 문제점 외에도 개인의 정보를 하나은행이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동의를 하도록 하는 조항도 있었을 뿐 아니라, 학사정보까지도 자동적으로 수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 개인 정보를 제 의지대로가 아닌 학교와 하나은행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 통제 권리가 개인으로부터 박탈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은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시시 때때로 걸려오는 광고전화, 광고 문자 메시지 등은 제가 원하는 연락만을 받고자 하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공공기관의 개인 정보 관리가 허술하다고 하는 뉴스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서 학교가 하나은행과 같은 사기업과 연계하여 개인 정보 활용 동의서를 쓰게 한다는 것은 자신의 정보가 기하급수적으로 퍼져 나갈 가능성을 확대하는 행동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법원에서 학생들이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어떻게 바뀌게 되나요?

- 이번 가처분 신청의 경우는 정보인권 등대지기가 하나은행에 요구한 ‘불법 수집 개인 정보에 대한 삭제 요구’를 하나은행이 무시하고 거부한 데 따르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하나은행은 자신들이 스마트카드의 편리성을 대가로 상업적 목적을 위해 불법으로 수집한 약 2만 5천 여 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개인 정보를 더 이상 상업적으로 활용, 처리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설령 하나은행이 개인의 신상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060 서비스나 개인 대출 기관 등에 제공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학생들의 개인정보를 학생들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통제권이 확대되는 격이 됩니다.

▲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학생들은 여러 가지로 불편해지지 않을까요.

- 불편한 일은 전혀 없을 것입니다. 학교가 하나은행과의 유착을 통해 장학금 지급, 등록금 납부 등의 자금 유통을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어서 스마트카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학생들을 생각해서 학생 중심의 선택권이 보장된 스마트카드를 만들고자 한다면 말이죠. 학생증 발급의 경우만 해도 그렇습니다. 학생증을 왜 학교가 아닌 은행이 발급하죠? 학교가 학생증을 발급하고, 금융기능을 원하는 학생의 경우에는 원하는 금융기관에 가서 그 기능만을 더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장학금 지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학교와 은행 측의 주장은 터무니없습니다. 장학금 지급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장학생이 자주 사용하는 금융기관의 계좌번호 정도 아닌가요? 장학금 지급하는데 왜 은행이 학번과 전공, 재산 정도 등을 알아야 해요? 그것도 재학생 모두의 정보를. 장학금을 전 학생에게 다 주나요? 심지어 올해는 그 장학금 비중마저도 줄였던데, 장학금이란 건 학생증을 학교가 발급하고 장학금 받을 사람만 나중에 개별 연락해서 장학금 입금 계좌를 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귀찮다고, 돈이 많이 든다고 개인정보를 일괄 수집해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게 넘기는 건 학생을 위하는 학교가 할 짓이 결단코 아니죠. 장학금 지급은 학생을 위해서 하는 거 아니겠어요?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더욱 편리해질 것이라고 하는 편이 맞을 지도 모르겠네요. 이번 스마트카드 신청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학생증 발급 받겠노라고 복잡한 은행에 줄서서 신청서 작성하고 기다리고 고생했습니다. 하지만 이거는 학교가 자신의 의무를 방기한데서 생겨나는 문제점이라 하겠습니다. 만일 학교가 학생이 입학하면 이미 존재하는 학사정보만을 가지고 일괄적으로 학교용 학생증을 발급한 뒤에 각자가 원하는 수준의 금융기능을 탑재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었다면 신입생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데 임시학생증 혹은 대출증을 만들어서 다녀야 하는 불편함까지도 없었을 테니까요. 이러한 사례는 서울대에서 추진한 스마트카드 바로잡기 운동에서 학교가 1차 학생증을 우선 발급하여 학생들의 편익을 도모한 데에서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 그러면 스마트카드를 사용하지 말자는 것인가요. 만일 그렇다면 스마트카드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가요.

- 스마트카드를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 제 활동의 중심은 아닙니다. 단지 스마트카드의 경우 개인 정보의 집적이 손쉽게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또 그만큼 감시체계에 노출되기 쉽고 개인의 정보인권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그 사용을 자제하고 대안적 방안을 강구하는 활동을 할 따름입니다. 동시에, 스마트카드가 그 편리성의 이유 등으로 인해 사용을 줄이기 어려울 경우에도 개인의 자기 정보 통제력이 유지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자 활동하기도 하고요. 그 누구도 자신의 정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자신의 사생활이 침해되길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렇기에 저나 정보인권등대지기의 활동이 스마트카드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제 활동을 통해서 정보인권이 강화되었을 때 손해를 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몇 몇 사람들의 근거 없는 비방이자 싸움 붙이기라고 생각합니다.

▲ 가처분 신청 이후의 활동계획은 어떤가요?

- 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서 개인의 정보가 보다 더 잘 보호된다면 그 때는 지금까지 개인 정보를 상업적으로 처리해서 얻은 이익을 학생들을 위해서 환수해 낼 생각입니다. 설령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 할지라도 헌법 소원과 행정심판 등의 추가적 활동을 통해 개인의 정보 통제력을 상식적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활동을 계속할 것입니다.

▲ 끝으로 더 할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 지난 육군 훈련소에서 중대장이 인분을 찍어먹게 했던 사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군의 인권의식에 대해 분노했지만 동시에 일부에서는 더 심한 것도 해왔는데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냐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강도 100의 인권 유린이 일상화되어 왔다고 해서 강도 80의 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느끼지 못하는 상황을 정상이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직접적으로 불필요한 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상황과, 자신의 정보를 스스로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 일반화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정당한 것일 수는 없습니다. 지금이 그동안 과도하게 누려왔던 개인 정보 취급 기관의 권력에 제 몫을 찾아줄 때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 정보인권등대지기
http://inforight.cy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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