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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大변신 이끄는 어윤대 총장
(::"글로벌 인재 키워 세계와 경쟁"::) ‘민족’고대가 ‘세계’고대로 바뀌고 있다. 2005년 개교 100주 년을 맞아 프랑스 고급와인을 기념품으로 선택한 것이 이를 상징 적으로 보여준다. ‘막걸리’ 고대가 ‘와인’고대로 변신한 것 이다. 와인도 보통 와인이 아니다. 명품 포도주의 대명사 프랑스 보르도 메도크지역의 ‘라 카르돈’이라는 상표의 고급와인이다 . 최고급 ‘그랑 크뤼(grand cru)’보다는 한단계 아래인 ‘부르 주아 크뤼(bourgeois cru)’지만 일반 프랑스 사람들이 특별한 날에 마시는 고급와인이다. 이 포도주를 무려 2만병이나 주문했 다. 한 종류의 포도주를 이만한 규모로 주문하는 경우는 세계적 으로 드물다. 고려대의 ‘통 큰’ 세계화가 강하게 느껴지는 부 분이다. 29일 고대 총장실에서 어윤대 총장을 만나 고대 변신의 이 야기를 들었다.
“개교 100주년을 맞아 무엇을 할까 여러가지를 생각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고대 가운입니다. 세계 각국의 전통있는 대학은 각 각 독특한 가운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은 모두 똑같습 니다. 100주년을 맞아 고대의 색깔인 크림슨(crimson·진홍색)으 로 가운을 만들었습니다. 이 진홍색에서 고대 100주년 기념 와인 아이디어가 나왔지요.” 어총장의 고대 혁신 프로그램의 모토는 ‘글로벌 리더(global le ader)’. 한국내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상대로 경쟁 하는 대학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고유명사처럼 쓰이던 ‘민족’ 고대에서 ‘민족’을 떼버렸다. 거기에 ‘글로벌’을 붙였는데 그냥 글로벌이 아니다. 최고를 지향하는 글로벌이다. 그래서 최 고의 와인으로 100주년 기념품을 만들었다. 이 포도주 선정을 위 해 고대 ‘주당’ 교수 5명을 포도주맛 감별사인 ‘소믈리에’로 임명, 고르고 고른 와인이 바로 2000년산 ‘라 카르돈’이다. 1 00주년 기념품으로 와인을 고른 것이 단순하게 웰빙 유행에 따른 호사취미에 편승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 고대의 출발 에 대한 상징적, 철학적, 전략적 선택이었음을 보여준다.
고대와 연대는 비교를 원하지 않겠지만 어쩔 수 없는 비교의 대 상이다. 냉정하게 관찰해보면 개발시대인 60~70년대에는 고대가 경쟁에서 앞서 있었고, 80년대엔 비슷한 수준이었다가 90년대 들 어 뒤처진 느낌이 든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민 족대학으로서의 자긍심을 앞세워 전통에 안주한 것이 가장 큰 원 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고대는 확실히 달라졌다.
“국내에서 누가 잘 하느냐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세계를 상 대로 경쟁해야 합니다. 다국적 기업이 필요로 원하는 글로벌 인 재를 키워야 합니다.전통적 전문분야의 지식이 아니라 글로벌 리 더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어총장은 글로벌 리더의 양성 조건으로 ‘커뮤니케이션(communic ation·의사소통)’과 ‘어드저스트(adjust·적응)’를 꼽았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고, 글로벌 리더로 서 갖추어야 할 인문학적 소양과 가치관을 기르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원어 강의가 가능한 우수한 교수 확보에 나섰다.
총장은 형식적 심의만 하고 학과에 맡겨둔 채 1년에 30~40명을 뽑던 교수채용도 총장이 구체적으로 개입해 선발하면서 120여명 으로 대폭 늘렸다. 이어 도서관, 강의실 등 학교시설도 최첨단 시설로 바꾸었다. 90년대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어총장은 “교육도 서비스 산업”이라며 “소비자인 학생의 만족 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총장은 학생의 만족도를 높이는 교육을 위해 버클리대, 런던대 , 베이징대 등 세계 26개국 135개 유수의 대학과 학점교류를 맺 고 거액의 장학금을 들여 매년 850여명의 교환학생을 파견하고 있다. 물론 해당국가 원어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학생들 이다. 생활비가 많이 드는 런던에는 35개의 기숙사용 아파트를 얻었고, 남가주대학은 2만5000달러의 학비를 8500달러로 깎아 학생 들에게 6000달러의 장학금을 주는 등 상황에 맞게 최고 수준의 교류조건을 만들어냈다.
또 시간강사들이 주로 맡던 교양강좌를 105개 핵심교양으로 개편 , 전과목 전임교수에게 강의를 배정했다.
이와함께 와인 등 실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일반교양강좌를 개설, 글로벌 리더로서의 인생관과 세계관, 교양을 갖출 수 있도록 했 다.
이같은 대학의 변화는 소비자인 학생들이 더 잘 안다. 지난해 수 시원서 접수 경쟁률이 14대1 수준으로 경쟁대학과 비슷했으나, 올해는 경쟁 대학이 지난해 수준인 반면에 고대는 30대1로 급증 했다.
어총장은 이같은 변화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기 위해 “총장이 할 일은 펀드레이징”이라고 말했다.
그의 펀드레이징은 전략적이다. 목적과 방법이 분명하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해외교류를 위해 얼마나 돈이 필요한데 얼마만 달 라는 식이다. 이렇게 가능한 계산을 내놓으면 동문이나 기업은 거기에 +α를 붙여 기꺼이 내놓는다. 이런 전략적 펀드레이징 기 법으로 지난해 전국 사립대학 가운데 최고의 기금모집 성과를 거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어총장은 “학교재정대비 기부금의 비율일 것”이라고 굳 이 최고의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았다. 효율적인 펀드레이징을 위한 실용적 양보로도 보인다.
고대의 이같은 변화가 지금 한국사회에 필요한 것 아니냐고 별로 대답을 기대하지 않으며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묻자 어총장은 이에 대해 “교수때는 쓴소리도 많이 했지만 총장 자리에 오른 다음 정부 방침을 홍보하고 도움이 되는 말을 주로 한다”면서도 현정부의 정책기조에 관해 따끔하게 한마디했다.
“고질적인 정경유착을 끊었다는 것은 현 정부의 큰 장점입니다.
도덕적으로도 깨끗해 향후 부정부패의 가능성이 적다는 것도 엄 청난 장점입니다. 하지만 지금 시장경제를 창달하는 성장정책을 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깊게 갖습니다. (지금 우리는) 경제 적 능력에 비해 너무 평등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 능한 것은 20~30년 동안 빠른 속도로 축적한 (경제력의) 결과입니 다. 하지만 이것이 오래 갈 수는 없습니다. 중국과 아세안국가에 비해 한국이 갖고 있던 제조 능력의 국제 경쟁력이 빠른 속도로 소멸하고 있습니다. 시장경제 방향으로 빠른 속도로 나가지 않 으면 기업의 투자가 없습니다. 기업의 투자가 없으면 고용확대도 없고 소비진작도 없습니다. 심각한 시점입니다.” 김승현 전국부장 hyeon@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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