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2004-07-30 04:15:22]

고려대 학생회관 분식코너 서창록씨, '라면과 함께 춤을?'

하루 500그릇 끊이며 학생들과 깊은 정
가끔 주방장 몰래 만두등 넣어주다 혼나기도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학생회관 분식코너에 가면 주방에서 춤을 추는 한 남자를 볼 수 있다. '주방에서 웬 춤?'이라고 반문할 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 남자는 춤을 추는 게 아니다. 바로 라면을 끓이고 있는 것.
　서창록씨(30)는 이 학교 학생들에게 단연 '인기스타'다.

　서씨는 바쁜 날은 하루에 500여개의 라면을 끓이기도 하지만 한두번 정도만 보면 학생들의 얼굴을 다 기억할 정도로 학교 학생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에 항상 미소와 현란한 동작으로 라면을 끓여대니 그 맛이 배가 된다.

　서씨의 팔뚝에는 거머리가 붙은 자국같은 흉터가 있다. 특유의 춤추는 동작으로 떡라면을 끓이다가 가래떡 조각이 튀어 팔뚝에 붙어버린 것.

　서씨는 라면 끓이는 작업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다해 개성을 추구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서씨표 라면 끓이기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달걀 풀어넣기는 가히 '화룡점정'의 순간에 비할 만하다.

　이토록 라면 하나에도 정성을 다하고 항상 웃음을 머금은 그지만 딱 한번 마음 상했던 적이 있다고 한다. 한 여학생이 불과 1~2분을 참지 못하고 라면 불겠다며 빨리 꺼내달라고 했던 것. 맥이 탁 풀려버리는 느낌이 들었단다.

　하지만 그때 뿐. 서씨는 학생들과 호형호제하며 즐겁게 라면을 끓이는 일이 마냥 좋다. 처음엔 요리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 고민하기도 했지만 이젠 일 자체가 즐겁다. 이렇게 되자 처음엔 걱정스런 눈빛으로 서씨를 쳐다보던 아내도 이젠 걱정을 놓았다.

　서씨는 가끔씩 주방장 몰래 라면에 떡이나 만두를 넣어주기도 한다. 물론 그러다가 주방장에게 들켜 혼날 때도 있지만 그는 앞으로도 이러한 '범행(?)'을 계속 저지를 참이다. 서씨의 라면에는 '정'이 들어가 있어 더 맛있다. < 김태원(고려대) 명예기자 bethemagnet@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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