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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사이언티스트 - 김상식 고려大 교수
최근 과학기술분야의 화두는 '나노'다.
나노과학기술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드러내는 연구성과가 잇따라 제시되고 있고 우리 정부도 나노 관련 연구를 적극 장려함에 따라 국내과학자들은 이 분야에서 자기 위치를 정립하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10억분의 1'을 다루는 나노기술의 출발점은 원래 물리학이다. 하지만 적용분야와 파급효과는 재료 화학 바이오 전기전자 의료 등 매우광범위하기 때문에 다양한 전공분야의 전문가들이 나노 연구에 나서고 있다.
김상식 고려대 전기공학과 교수(41)는 전기전자쪽에서 나노기술에 접근하는 과학자다. 그가 관심을 쏟는 분야는 나노소자 제작을 위한 반도체물질 개발.
"새로운 반도체 나노 선(線)을 합성해 여러가지 물리적 현상을 규명하고 나노 소자로서의 성능을 살피죠. 현재의 소자보다 집적도를 몇배 높일 수 있고, 수십 배 더 빠르게 작동하며 고온 고전압에서 견디는 소자 개발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력산업 중 하나이자 전자 및 자연과학 발전의 총아로 불리는 메모리 소자는 미세 집적화를 위해 수 백 번의 공정을 거쳐야만 한다. 각 공정에서 고가 장비가 요구되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현재의 소자들을 갖고 집적도와 속도를 향상시키는 것은 물리적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소자 개발은 더욱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김교수는 이와 관련해 상상과 현실을 오가며 연구를 진행한다고 한다.
"가령 이런 겁니다. 금속 분말과 반도체 분말을 전기로에 넣고 온도를 올린 뒤 꺼내면 자체 정렬된 미세한 나노 선들을 통해 미세 메모리 소자가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거죠."
즉 간단한 조건만 갖추면 기존 반도체 물질보다 훨씬 뛰어난 물질을새로 합성할 수 있다는 상상이다. 이 경우 복잡한 공정이 필요 없이나노 소자가 만들어질 수 있다.
조건을 찾는 게 어렵긴 하지만 그는 결코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보고있다. 최근에는 희망적인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실험실에서 고도로 순수하고 규칙적 원자배열을 갖는 나노물질들이간단한 전기로에서 손쉽게 합성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제 지름길만 확실히 알아내면 현재 수백 단계에 이르는공정이 크게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김 교수는 "앞으로 10년 간 이 분야 연구에 초점을 둘 것"이라며 "2~3년 안에 간단한 나노 소자를 제작하고 10년 안에 산업에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획기적 소자를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99년 고려대 부임 이후 이 분야 연구를 진행하면서 20여편의 논문을 국제저널에 발표했고, 지난해 12월부터 과학기술부에서 나노기반사업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90년대 후반 미국 일리노이 어바나 샴페인대학에서 박사후과정을 밟던 2년여 동안 희토류 이온이 첨가된 갈륨나이트라이드 반도체물질이상온에서 작동되는 수광ㆍ발광 소자(빛을 받아 이를 전기적 신호로바꿔주며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소자)라는 것을 밝히는 등 지금까지60여 편의 국제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실 김 교수는 물리학자다. 학부와 석사 때 물리학을 했고 박사과정땐 응용물리학을 공부했다. 이어 박사후과정을 거치면서 전기전자쪽응용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노 반도체 소자 연구를 진행해왔다.
"대학 때 위대한 물리학자들의 업적을 보고 전공을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그랬다면 아마 천재였을 겁니다. 모르는 게 용감하다고, 그저다른 분야보다 공부할 만하고 흥미를 느꼈기에 선택한거죠."
그의 말이 이어진다.
"물리학은 보통사람들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는학문입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자신에게적합한 분야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요."
<진성기 기자 gojin@mk.co.kr>
매일경제 2003-01-07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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