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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우먼] "여검사 선진국 비해 너무 적어"
여검사(女檢事). 40년대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이 각인시킨 선입견 때문일까.
강한 남성적 이미지를 풍기는 검사사회에서 여성검사는 아직 이채로운 존재다. 총 69명이라면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여성판사가 200여명인 것과 비교하면 희소가치가 두드러진다. 그 중 최장기 근속자이자 맏언니는 서울고검 조희진 부부장 검사다.
고려대 법대 81학번으로 87년 29회 사시에 합격, 90년 임관 이후 12년여 만인 지난 8월 여검사 최초로 검찰 간부급인 부부장에 승진했다.
"법조계뿐 아니라 커리어우먼 중에는 직책 앞에 여(女)자 붙는 것을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여'자 붙는 직군은 아직 여성의진출이 활발하지 못한 직군인 만큼 여성 스스로 나서서 남녀평등과직무환경 개선을 요구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봅니다." 조 검사가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인터뷰에 응하기로 한 이유다.
여검사의 강점은 무엇일까.
지난해 서울지검 동부지청 사건이다. 필리핀 여성근로자가 한국인 사장에게 강간당하고 종암경찰서에 고소했는데 경찰은 사건 당시 함께있었다며 알리바이를 입증해 준 사장 친구의 말만 믿고 무혐의 처리했다.
"피해여성은 결국 일하던 공장에서 퇴직금 한푼 못받고 쫓겨나고 말았죠. 하지만 그 여성의 진술이 진실임을 직감할 수 있었어요. 사건이 발생한 시간 사장의 휴대폰 발신기지국 위치를 확인해 본 결과 함께 있었다는 진술을 한 친구와는 전혀 동떨어진 장소에 있었다는 사실을 찾아냈고 그 사장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냈어요."
조 검사는 남성들이 대부분 강간을 쉽게 화간으로 단정하는 경향이있다고 지적했다.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여성의 섬세한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잘 아는 직장동료가 성행위를 요구할 경우 여성들은 정말 싫더라도 상대방이 받을 상처, 직장내에서의 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모질게 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미국의 경우 여검사 비율이 50%에 육박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5%에도 못미쳐요. 요즘은 여성들이 기업가로서 성공하는 경우도 많아졌는데 검찰직무는 사업보다 안정성이 있고 남녀 차별도 적은 만큼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도전해 볼 만한 분야라고 봐요." 법조인을 꿈꾸는후배들에 대한 조 검사의 격려다.
<이창훈 기자 ta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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